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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사라졌고 부작용만 낳은 ‘고교선택과목’

  • 최고관리자
  • 17-12-05 17:57
  • 1,518

“9급 공무원은 고졸자가 해야 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마디로 별 다른 공청회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도입된 9급 공채 고교과목(사회과학수학)에 대해 감사원이 시정을 통보했다도입 당시부터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됐던 고교과목 도입이 업무수행 능력 저하라는 부작용만 낳고 예상했던 결말로 치달은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국가공무원 인사 운영·관리실태」 특별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국가직 9급 공개채용시험 행정업무 수행능력 검정이 미흡하다며 인사혁신처장은 고등학교 졸업학력자의 공직진출 확대라는 제도의 도입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각 부처 인사관리의 애로를 초래하고 있는 국가직 9급 공채 시험과목을 조속히 개편하는 등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9급 공채시험의 고교과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어 도입됐다. 2011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수원시에 있는 중소전자 업체를 방문해 고졸 출신 회사원들과 특성화고 학생진로교사들과 함께 학력 철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중 공무원을 뽑을 때 의무적으로 고등학교 나온 사람들을 상당한 비중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언급했다또한행정안전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공직사회에 들어올 수 있는 문호개방 방안을 제도적으로 연구해 내년부터라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졸속으로 고교과목이 9급 공채 시험에 도입된 주된 이유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수험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공청회 절차도 없이단 1년의 유예기간만을 주고 2013년부터 9급 공채 시험에 사회과학수학 등 고교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신설하고 조정점수제를 도입했다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학계와 정부 부처는 물론이거니와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감사원에 따르면고교과목 도입을 골자로 한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이 발표되자 학계에서는 행정 관련 전문성이 약화된다고 지적했고법무부와 국세청 등에서도 공직 임용자의 전문성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인사혁신처에서는 면접에서 실무역량을 평가하고합격 이후 실무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많은 우려가 뒤따랐지만강행 처리된 시험제도는 9급 공무원의 고졸자 비율을 늘리겠다는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감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공채시험에 선택과목 제도가 도입된 2013년부터 2016년도까지 합격자 현황을 점검한 결과고졸학력자의 합격률은 2013년 최고 2.2%(2,025명 중 44)에서 2016년 최저 1.2%(3,680명 중 44)로 4년간 평균 1.5%(11,626명 중 178)이었으며 이는 선택과목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11년 1.7%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또한공채시험 합격자의 선택과목 응시 현황을 점검한 결과 2013년도부터 2016년도까지 9급 시험에 합격한 11,626명 중 58.1%에 해당하는 6,739명이 고교과목을 1개 이상 선택했는데 이 중 98.3%에 해당하는 6,622명이 대졸자로고졸자의 공직진출 확대라는 선택과목 제도의 도입 취지와 달리 대졸자가 오히려 고교과목을 선택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 뿐만 아니다선택과목 제도 도입은 학계와 일부 부처의 우려대로 공직 전문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기간 중 국세청 세무직 9급 합격자의 선택과목 현황을 점검한 결과 2013년도부터 2016년까지 합격자 4,798명 중 3,226(67.2%)이 세무업무 수행에 필요한 세법이나 회계학을 전혀 선택하지 않았고이에 따라 국세청에서 세무직 9급 신규 임용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회계실무’ 과정 합격률이 선택과목제도 도입 전인 2012년 47.1%에서 2016년 9.9%로 무려 37.2%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실무교육만으로는 전문성제고에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인사처가 선택과목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공직 전문성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사처는 2016년 1월 연두 업무보고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제 업무에 필요한 전문과목을 최소 1개 이상 선택하도록 개편하겠다고 발표하고이후에도 여러 차례 국가직 9급 공채 시험과목 개편방향에 대해 발표하거나 업무보고한 바가 있다.


그리고 2016년 7월 26일부터 같은 해 8월 22일 사이에 실시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각 부처는 9급 공채 시험과목에 현장근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반영 또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거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전제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처는 국가직 9급 시험과목 개편과 관련해 올해 3월 17일이 되어서야 미래대비 충원방식 개선방안 연구용역” 계획을 수립·발주하는 등 시험과목 개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결국인사처는 현 9급 공무원 채용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안을 2년 동안 질질 끌고 있는 셈이다감사원이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인사처에 조속한 개편을 촉구한 만큼 인사처에서 빠른 시일 내에 현재 시험제도의 개선책을 내놓을지 많은 수험생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